하느리이야기2

[스크랩] 마지막 편지...

효처니 2009. 9. 3. 23:49
    친구야.../曉天 왜 이제서 찾아 나서야 했을까... 세상의 힘든 사정이 산처럼 막혀져 있었다 해도... 이렇게 아픈 가슴을 마른침으로 삼켜야 하는지... 너무도 내 자신이 원망스럽고 밉기만하다. 떠났다는 소식이 귓가에 맴돌고 간지가 달포를 넘었어도 피가 솟을것 같은 멍우리가 오늘도 가슴속에 맴돈다. ...... 내겐 각별한 전우가 있다. 그녀석을 만난것은 논산으로 향하는 열차속에서 였고... 그 뒤로 우리는 추우나 더우나 같은 모포속에서 모진 세월을 보냈다. 인연도 이리 모진 인연이 있을까. 논산의 황토속에서 같이 기어다녔고... 최 전방으로 향하는 맹 추위의 트럭위에서도... 철책을 넘나들 때도... 그 모진 훈련과 작업과 근무속에서도... 서로의 몸으로 추위를 녹이며 한시도 떨어질줄 몰랐다. 내가 더 편한 직책때문에 늘 나보다 고생하는 그 놈이 안스러워 몰래 화랑 담배를 숨겨주고... 밤새도록 산속을 누비면서도 서로가 반쪽씩이면 족했다. ...... 그 놈은 안개가 사계절에 자욱한 강원도가 고향이랬다. 식구들과 함께 어려서 부터 생의 힘든 고생을 안고 군대로 왔고 난...직장이 서울인 도시속에서 인생을 논한다며 웃기는 시간을 보내다 군대로 왔었다. 하룻밤 수십리 행군속에서 길가에 떨어진 무조각을 집어 서로 목을 추기며 요기를 달래며 그렇게 버텼다. 힘든 시간속에서도 자존심으로 버텼던 세월... 꼭 다시 만나서 소주 한 잔 하자고 했는데... 힘든일 마무리하면 꼭 만나자 했는데... 우리처럼 시작서 부터 끝날까지 붙어다닌 놈들은 두 번 다시 없을거라 했는데... ...... 왜 이처럼 황량한 가을에 이제서야 그 놈을 찾아 나섰을까 전화도 주소도 모든 근거도 날라가 버린 세월... 그래도 이젠 찾아야 했다. 보름이 되도록 미친듯이 그 놈의 말을 더듬어 보며 수소문해 갔다. 비슷한 곳이면 이장을 찾았고...그러던 어느날 이장 부인이라는 여자와 통화...그리고 그 날 저녁 "아저씨가 찾던 분을 찾았는데 좋지 못한 소식을 드리게 되어 미안합니다. 칠년전에 홧병에 술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네요." ...목을 넘기던 밥이 움직일줄 모르고 숨을 고르기가 힘들다. 그토록 당당하고 멋진 우리들 이었는데... 그렇게 힘든 세상이 남겨져 있었는지... ...... 아... 마음이 그렇게 불안하더니 결국 이런 소식이었구나. ...... 꼬박 사흘을 몸살로 밤을 지샜다. 그 놈에게 이토록 마음이 터지는 미안함을 어찌 할 꼬... 넘 늦게 찾은 미안함을... ...... 일주일이 지나서야 나를 위해 수고 해 준 이장 부인에게 고맙다는 전화를 했다. 나와 동갑이란다. 강원도 지나는길에 꼭 들려서 가란다.마침 식당도 운영하니... 친구의 고향과는 멀다 했는데... 아마도 나를 위해 고생했나 보다. ...... 이제 마음을 접고 그 놈을 보내야 겠다. 동갑내기 이장 부인이 운영하는 식당엘 들려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진부령 고개 아래... 올 가을엔 모처럼 소주 한 잔 했다. 어쩜 한 잔 더 해야 할까 보다.
출처 : 54년 말띠
글쓴이 : 효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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